조인희 남서울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문화평론가
국내 최초의 대규모 미디어아트 전시를 표방한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이하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최종 관람객 25만 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금년 3월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이 여세를 몰아 미디어앤아트(제작사)는 금년 5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대구 엑스코에서 첫 지방 전시를 진행 중이다.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추후 미술 전시계에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먼저 원화가 없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모객에 성공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반 고흐의 원화 대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임을 표방했다. 제작사는 반 고흐의 작품 400여점의 디지털 이미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미지마다 각기 다른 모션 그래픽 기술을 적용, 4m가 넘는 대형 스크린에 70여 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해 영상을 투사하는 형식으로 전시관을 꾸린 것이다. 여기에 3D 맵핑 기술을 활용해서 관람객의 전면, 후면, 측면에 반 고흐 명작으로 만들어진 영상과 이미지를 채웠다. 이른바 이머시브 테크놀로지( immersive technology)를 가용한 것이다.
가끔은 해당 전시 형태에 익숙하지 못한 관람객들로부터 원화 작품은 없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지만 전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캐쥬얼한 전시 분위기나 대형 화면을 통해 또 다른 형태로 원작의 아우라를 전달 받는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관람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디어앤아트 지성욱 대표는 전시 형태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전시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하며 '잘 갖추어진 음향 시설과 거대한 스크린을 통한 색다른 감상법에 매료된 초기 관람객들로 인해 전시 중/후반부터는 본격적인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채로운 콘텐츠 제공과 관람객 모객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국내에서 이런 대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는 쉽게 접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관'이다.
국내 순수 미술 전시는 대부분 100~200평 규모의 소규모 공간을 이용해서 진행된다. 보통 미술관에 속해있는 큐레이터들이 내/외부의 미술관 소장품을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식이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형 미술 전시(반 고흐 미디어아트, 마크 로스코 전, 앤디워홀 라이브 등)들 중 상당수는 미술관 소속 큐레이터가 아닌 기획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초기 비용이나 미술관의 전문성 문제로 인해서 실제 전시는 외부 기획사가 기획/제작 되는 상황이다.
대형 전시가 가능한 규모의 미술관 수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획사가 대관 장소를 섭외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순수 미술에 대중성을 가미한 미디어아트 전시 기획사에게는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런 전시들은 전시 공간의 높이 및 규모 문제 등으로 인하여 사용 가능한 전시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코엑스, AT센터, 용산전쟁기념관 등과 같이 전문 미술전시장이라기 보다는 산업 전시 및 타 용도의 장소를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미디어아트 전시의 대관 후보지들은 대관료, 대관 기간 그리고 전시장 형태가 대규모 입장객이 담보된 박람회, 상업 전시회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자금력이 크지 않은 중소 기획사가 해당 조건을 맞춰 전시를 기획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전시는 미술 전시의 산업화와 대중화라는 흐름 속에서 일종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러나 대형 전시의 쏠림 현상과 열악한 관람 환경 등은 자주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객의 쏠림 현상은 미술 전시 산업이 다양한 방향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순수 미술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미디어아트 전시의 경우에는 다양한 전시 문화의 저변 확대를 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만일, 보다 자유로운 성격의 전문 전시장이 국내에 갖춰지면 어떨까. 외국의 경우, 발전소 및 공장 등을 재활용해서 이를 대중적인 미술 전시장으로 기능을 전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 수명이 끝난 기존 건물이 미술관으로서 새로운 전시 콘텐츠의 활성화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공간 구성에 가변성이 많고 기획사들의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공간들이 주어진다면 보다 많은 기획사들이 독특한 기획으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풀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진 기획사와 대관처간의 관계 재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인희 남서울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문화평론가
국내 최초의 대규모 미디어아트 전시를 표방한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이하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최종 관람객 25만 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금년 3월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이 여세를 몰아 미디어앤아트(제작사)는 금년 5월 1일부터 8월 16일까지는 대구 엑스코에서 첫 지방 전시를 진행 중이다.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추후 미술 전시계에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먼저 원화가 없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모객에 성공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반 고흐의 원화 대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임을 표방했다. 제작사는 반 고흐의 작품 400여점의 디지털 이미지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미지마다 각기 다른 모션 그래픽 기술을 적용, 4m가 넘는 대형 스크린에 70여 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해 영상을 투사하는 형식으로 전시관을 꾸린 것이다. 여기에 3D 맵핑 기술을 활용해서 관람객의 전면, 후면, 측면에 반 고흐 명작으로 만들어진 영상과 이미지를 채웠다. 이른바 이머시브 테크놀로지( immersive technology)를 가용한 것이다.
가끔은 해당 전시 형태에 익숙하지 못한 관람객들로부터 원화 작품은 없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지만 전시장 안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캐쥬얼한 전시 분위기나 대형 화면을 통해 또 다른 형태로 원작의 아우라를 전달 받는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관람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미디어앤아트 지성욱 대표는 전시 형태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전시 초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하며 '잘 갖추어진 음향 시설과 거대한 스크린을 통한 색다른 감상법에 매료된 초기 관람객들로 인해 전시 중/후반부터는 본격적인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채로운 콘텐츠 제공과 관람객 모객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국내에서 이런 대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는 쉽게 접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관'이다.
국내 순수 미술 전시는 대부분 100~200평 규모의 소규모 공간을 이용해서 진행된다. 보통 미술관에 속해있는 큐레이터들이 내/외부의 미술관 소장품을 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식이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형 미술 전시(반 고흐 미디어아트, 마크 로스코 전, 앤디워홀 라이브 등)들 중 상당수는 미술관 소속 큐레이터가 아닌 기획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초기 비용이나 미술관의 전문성 문제로 인해서 실제 전시는 외부 기획사가 기획/제작 되는 상황이다.
대형 전시가 가능한 규모의 미술관 수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획사가 대관 장소를 섭외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순수 미술에 대중성을 가미한 미디어아트 전시 기획사에게는 정도가 더 심하다. 이런 전시들은 전시 공간의 높이 및 규모 문제 등으로 인하여 사용 가능한 전시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코엑스, AT센터, 용산전쟁기념관 등과 같이 전문 미술전시장이라기 보다는 산업 전시 및 타 용도의 장소를 불가피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미디어아트 전시의 대관 후보지들은 대관료, 대관 기간 그리고 전시장 형태가 대규모 입장객이 담보된 박람회, 상업 전시회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자금력이 크지 않은 중소 기획사가 해당 조건을 맞춰 전시를 기획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대형 전시는 미술 전시의 산업화와 대중화라는 흐름 속에서 일종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러나 대형 전시의 쏠림 현상과 열악한 관람 환경 등은 자주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객의 쏠림 현상은 미술 전시 산업이 다양한 방향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순수 미술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미디어아트 전시의 경우에는 다양한 전시 문화의 저변 확대를 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만일, 보다 자유로운 성격의 전문 전시장이 국내에 갖춰지면 어떨까. 외국의 경우, 발전소 및 공장 등을 재활용해서 이를 대중적인 미술 전시장으로 기능을 전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능적 수명이 끝난 기존 건물이 미술관으로서 새로운 전시 콘텐츠의 활성화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공간 구성에 가변성이 많고 기획사들의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공간들이 주어진다면 보다 많은 기획사들이 독특한 기획으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풀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진 기획사와 대관처간의 관계 재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인희 남서울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문화평론가